2022.08.25

한국향도협회(회장 정진단)가 설립된 이후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맞이한 가을 품향회다. 전국에서 모였다. 처음에는 방명록에 붓으로 이름 하나를 쓰는 것이 어렵게만 여겼는데 이제는 좌중이 그러한 부담에서 자유롭다. 이번에는 만년필을 준비해서 인지 품향회에 자리하는 방법에 대해 익숙해진 탓이다. 또 품향을 마치고 향기에 대한 소감을 적을 때도 상당히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제 그동안 집에서 또는 향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익숙한 것으로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만년필을 잡았지만 편하게 향을 접한 마음을 적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에서 향도문화를 개척해나가는 협회 회원들의 품향회는 비록 작은 보폭이지만 차공부를 많이 한 선생들 덕분에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향실의 분위기가 새롭다. 고쟁을 연주하는 연주자 앞에 그물망처럼 길게 늘어져서 악기가 가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가야금 전문가이면서 고금과 대금연주를 잘 하는 도현선생을 초청하여 품향회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품향회는 정회장의 이제 시작합니다 하면, 참석한 이들은 방명록을 작성한다. 그 시간 고쟁 연주가 있다. 참석자는 그 아름다운 선율에 모두 이름을 적으면서 품향에 대한 마음자리를 잡고 새로운 향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게 보였다. 첫 번째 침향은 ‘해남 생결’로 덩어리를 부셔서 훈향하였는데 맑은 단맛과 굵고 깊은 향이 난다. 두 번째는 베트남 충루로서 그윽한 꽃향기가 나는 듯, 시원한 맛이 나다가 우유 단맛이 나는 덧 한 향이 특별하였다. 세 번째는 해남 생결을 한 번더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향도 책에서 볼 수 없는 부족한 부분을 교안 형식으로 만든 것을 지역에서 향도교육을 하는 교육센터를 등록한 참석자 에게 모두 지급하였다. 이번 품향회에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춘천 다심원 이경숙 선생의 최근 ‘품향다사’에 대한 이야기를 필자가 대신 전하였는데 모두 그 품향다사의 운영 기획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당 지역에서 응용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점에 있어서 서로 좋은 정보를 얻게 된 것에도 만족해 했다. 차회나 향회의 기본이 바로 서로간의 교감이고, 그에 대한 가장 수준 높은 자리까지 가는 것이 바로 시회라는 형식이다. 왕희지의 난정서에 차와 향, 술이 없었겠는가. 


이처럼 차가 먼저랄 것도 없고 향이 먼저랄 것도 없는 것이 같은 자리에서 지녀오던 문화적인 소양이기에 이제사 겨우 향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차회의 기본이 되는 순서와 설정을 겪에 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듯 하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선인들의 찻자리는 과연 어떠하였을까에 대한 의문도 같이 생긴다. 그저 소박하기만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과 순서, 그리고 구색이 못지 않았을 것인가에 대한 것은 앞으로 점점 더 큰 숙제로 우리 앞에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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